[부엌탐구]터키 주전자
‘차가 없는 대화는 달 없는 밤 하늘과 같다’
터키인, 튜르크(turk)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가스레인지에
차이 주전자를 올려놓고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터키의 이스탄불로 여행을 갔을 때
어딜 가든 앉기만 하면
차이를 내놓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또 우리나라 카페에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지만
터키의 다방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차이를 마시면서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더라고요.
왜? 여성들은 없을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무슬림 문화에서
여성과 남성이 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전통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니
저녁식사도 일찍 먹은 동네 아저씨들은
다방으로 출근을 해서
차이를 마시면서 게임을 하며 놀다가
집으로 퇴근을 하고요.
동네 아낙들도 함께 모여
차이를 마시며
수다의 꽃을 피운답니다.
‘차가 없는 대화는 달 없는 밤 하늘과 같다’
터키의 옛 속담이랍니다.
차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보여주는 속담이죠.
‘시도 때도 없이’라는 말은
터키인들의 차 마시는 일에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터키인들만의
특별한 차 도구들이 있어
오늘의 부엌 탐구에서 소개합니다.
터키인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찻주전자는
윗주전자와 아래 주전자 두 개를
사용하는 독특한 모양이에요.
밑에 있는 주전자는 물을 끓이는 역할,
위쪽 주전자는 찻잎과 물을 함께 넣어
우려내는 역할을 합니다.
밑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수증기로 인해 차가 담긴 주전자에서
차가 깊이 우러나게 되는 원리이죠.
물을 넣는 아래 주전자를 ‘차이다륵’,
차를 넣는 윗주전자를 ‘뎀릭’
이라고 부른답니다.
차와 함께 설탕을 놓고
로쿰이나 다른 디저트들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요.
터키의 차 도구들에 얽힌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찻주전자의 밑 부분은
‘시어머니’라고 한답니다.
쉬지 않고 끓어오르기 때문이고
그럼 당연히 찻주전자의
윗부분은 누구일까요?
예상하신대로 ‘며느리’에
비유한답니다.
신랑은 찻잔에 비유하여
신부가 찻잔 물을 조금 채우면
그 위에 다시 시어머니가
채워 넣는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차의 설탕에 비유하는데,
차를 맛깔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라네요.
시누이는 티스푼에 비유해
한 번씩 뒤집어 놓고 가버리기 때문이고
시아버지는 차받침에 비유한답니다.
홍차 한잔에 가족을 비유할 정도로
터키인들에게 차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스탄불에 여행을 갔을 때
사온 제품인데요.
터키의 일반 가정에서는
차이용 전기캐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터키 문화원에 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차이용 전기캐틀을 보고 반해서
핑계 김에 터키 여행을 가야겠다고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저도 터키인들처럼
가스레인지에 차이주전자 얹고
찻잎을 넣어 우려 가며
터키식 홍차 한잔 하면서,
가을이니까 ~~
맛있는 것만 먹지 말고
독서도 좀 해 볼까요^^
글. 요리연구가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