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Culinary Tour]고독한 미식가 순례
1탄_도쿄의 선술집과 혼밥집
일 년에 한번쯤 출장을 핑계 삼아 맛있는 요리, 커피, 생맥주 그리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뭉쳐 공식 커리너리 투어를 떠난다. 물론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하는 그런 모임은 아니다. 직업병처럼 투어의 목적은 하나! 여행지의 식문화를 살펴보는 것이지만 살펴보다 지치면 현지인 모드가 되어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누려보기도 하고 생맥주 한잔으로 피곤을 풀기도 한다.
얼마 전 다녀온 커리너리 투어의 목적지는 ‘도쿄’.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도쿄 여행이다. 그곳은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하고 설레게 한다. 물론 걷기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나의 일상과는 달리 걷고 걷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만 특별한 곳을 허락한다.
이번 도쿄 커리너리 투어의 테마 중 하나는 <고독한 미식가>로케지 투어였다.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의 만화를 소재로 한 음식 맛을 이야기하는 일본 드라마로 우리에게 알려 졌다. <심야식당>과 같은 음식이야기를 소재로 한 일드이지만 <고독한 미식가>는 제목처럼 주인공인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하는 틈틈이 들른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혼밥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주인공. 그 덕에 일본에서 혼밥, 혼술의 열풍을 일으켰으며 드라마에 등장한 가게를 소개하는 순례 가이드도 발매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미 먹방, 쿡방에 이어 혼합, 혼술이 이제는 1인 가족들에게 일상의 생활들이 되었고 이런 문화들로 가정간편식(HMR)시장이 호황기를 누르고 있으며 편의점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의 내공은 번화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는 식당은 선택하지 않는 법!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고 걷고 또 걸어서 도착했다.
[TOKYO Culinary Tour]고독한 미식가 순례
손때 묻은 양념통이 친근한 선술집
도리츠바키
10시가 오픈 시간인데 부지런하게도 5분 전에 도착했다. 물론 우리 앞에 줄을 선 사람은 없었다. 10시가 되자마자 식당문을 여니 젊은 일본 총각이 혼자 오픈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첫손님이 반갑지는 않은 듯 무표정. 건네준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 한사람씩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작은 식당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 벌써 다른 테이블에선 주문에 들어가니 경쟁이라도 하듯 우리도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혼밥에 혼술까지 곁들이는 일본인들, ‘역시 내공 있어!’라며 인정.
이곳에선 음료수를 1인 1잔 주문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차도 있지만 혼합에는 혼술이 어울리니 아침부터 무슨 술을 마셔야 하나~
‘도리츠바기’는 닭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답게 닭고기 요리들이 다양했다. 닭봉을 뒤집어서 튀긴 튤립 가라아게, 햄을 덩어리로 튀긴 햄카츠, 닭고기를 말려 찢어놓은 닭고기포, 그냥 양배추, 아보카도에 닭고기를 채워 튀긴 아보카도 튀김, 닭고기덮밥, 닭고기 껍질을 끓인 도리나베메시, 그리고 고로케까지 주문하니 혼자 열일중인 스태프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옆테이블의 일본인들은 술병의 스케일부터가 우리와 달라 배틀이라도 하듯 우린 안주에 승부를 걸어보았으나 옆테이블의 끝나지 않는 술과 안주 주문으로 아침부터 의문의 1패를 했다.
도리츠바키의 대표 메뉴인 튤립 가라아게(1개 90엔). 닭봉튀김이다.
'고독한 미식가'에도 등장한 햄카츠(300엔). 햄 싫어! 어른들도 한 번 맛보면 햄의 유혹에 빠질 법한 메뉴다. 물론 우리나라의 햄과 맛이 다르다.
햄카츠와 함께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된 아보카도 멘치(500엔).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과일 아보카도가 일본인들에게는 선술집에서 맛볼 수 있는 흔한 식재료가 되었다.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된 도리츠바키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도리나베메시(450엔). 날달걀은 선택사항.
닭 껍질을 특제 국물에 푹~ 조려 된장과 대파를 섞어 먹는 비밀 메뉴. 특제 니코미(煮込み, 350엔)
스태프 추천 메뉴로 닭 고기에 소금을 뿌려 재운 다음 말려 구운 안주(鳥の一夜干し(도리노히토야보시), 400엔).
선술집의 고로케(1개 150엔).
어엿한 술안주 메뉴의 하나인 양배추(100엔).
혼밥, 혼술이 무색하게 아침부터 낮술에 과식에 이르게 한 ‘도리츠바기’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겨져 저렴한 가격에 퇴근 후에 가볍게 혼밥, 혼술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우리도 이런 곳이 곧 등장하지 않을까?
[TOKYO Culinary Tour]고독한 미식가 순례
혼밥에도 격이 있는
‘샤브타츠’
또 먹어?
커리너리 투어의 기본 코스는 이렇다. 하루에 기본 3끼, 모닝커피를 시작으로 커피와 디저트는 1일 4회 정도, 그리고 중간중간에 백화점 식품매장과 편의점에 들러 양손 가득히, 마무리는 안주로 가득한 선술집이나 PUB에서 나마비루(생맥죽)로! 이쯤 되어도 도쿄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아직도 가야할 곳, 먹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야만 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고독한 미식가의 로케지 두 번째는 샤브샤브와 스키야키를 맛볼 수 있는 ‘샤브타츠’. 저녁은 5시에 오픈을 하니 일등으로 도착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여행객의 조급증은 지하철 안에서부터 걷기 전투태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샤브타츠는 가운데 주방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1인용 화로가 준비되어 있다. ‘혼밥, 혼술에 역시 이런 구조가 최고!’라며 또 인정. 모두가 주방을 바라보고 혼자 앉아야 하니 누구도 혼밥이 어색하지 않다.
샤브샤브와 스키야키는 일본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한분은 작은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한분은 1인용 화로에 세팅을 한다. 채소와 마블링이 완벽한 일본 쇠고기 와규로 재료가 세팅된다. 샤브샤브는 전골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채소와 쇠고기를 넣어 보글보글 끓인다.
그런 후에 폰즈 소스나 깨 소스에 원하는 대로 찍어서 입으로 넣는다. 와규가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말이 필요 없어진다. 일행은 본의 아니게 대화 없이 혼밥 모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스키야키는 쇠기름으로 코팅한 전골냄비에 재료와 간장 소스를 넣고 끓인다. 짭짤한 맛이 배면 날달걀을 풀어서 찍어 먹는다. 짠맛과 고소한 맛의 어울림이 특별하다.
간단한 한 접시에 맥주 한잔으로 끝이 나는 선술집의 혼술과는 달리 ‘샤브타츠’는 격이 다른 혼밥, 혼술을 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스모 경기도 보면서 좀 더 여유 있는 혼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접시에 담긴 채소와 쇠고기를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우동, 라면 등을 넣어 2차 혼밥이 시작된다.
‘적게 먹는 소식, 심심하게 먹는 저염식이 일본인의 장수비결’이라고 ‘누가? 무슨 근거로 이야기를 했을까?’ 샤브타츠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쇠고기 추가 주문은 필수였고 샐러드나 밥은 선택사항, 첫잔은 맥주로 시작하지만 와인이나 사케, 일본식 소주로 주종이 바뀌면서 본격 혼술을 시작하더이다. 소스에 듬뿍 듬뿍 찍어 샤브샤브, 짠 간장소스의 스키야키 어느 곳에서도 저염 요리는 찾기 어렵지만 괜찮다. 맛있으니까!
도쿄의 최고 번화가인 긴자나 롯본기에서 맛본 샤브샤브와 스키야키에는 없는 편안함이 있는 ‘샤브타츠’의 요리들. 그래서 고독한 미식가도 찾아갔고 여행자도 물어물어 찾게 되는 곳인 것 같다. 보글보글 끓는 샤브샤브에 거품이 가득한 맥주 한잔! 퇴근길마다 생각나는 곳이 될 것 같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오븐 요리><집에 가서 밥 먹자><아이 요리><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