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Culinary Tour]도쿄의 푸드 스토어
3탄_다이마루백화점, 키노쿠니야 인터내셔널, 네추럴하우스 아모야마텐
어느 도시를 가던 꼭 방문하는 곳은 재래시장과 마트. 해외의 도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수입산 식재료가 가득하고 1일 생활권으로 유통망이 통일된 우리나라의 시장과 마트에 무슨 다른 점이 있을까 싶지만 재래시장에는 계절에 따라 식재료가 다르고 시장에서 맛보는 음식에는 그 지역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형마트도 잘 살펴보면 작은 차이들이 숨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도쿄 커리너리 투어 3탄은 도쿄의 푸드 스토어이다. 직진 본능만으로 앞으로, 앞으로 향하는 곳!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척척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눈에서 꿀물이 떨어지도록 쳐다 보게 되는 곳이 바로 도쿄의 푸드 스토어다.
시즌에 따라 확연히 달라져 있는 매장들을 볼 때면 “역시! 도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도쿄의 봄은 역시 벚꽃이다. 인테리어에서 제품의 패키지, 제품에도 벚꽃이 있다. 벚꽃 마케팅은 벚꽃 따라 다니는 상춘객처럼 요란해서‘벚꽃이 없었다면 도쿄의 봄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TOKYO Culinary Tour]도쿄의 푸드 스토어
끝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일본 대표 백화점
도쿄역 다이마루백화점
일본의 오랜 불황으로 소비가 감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곳이 백화점이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까지 이어지니 문을 닫는 백화점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백화점들은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존 백화점의 판매방식을 탈피하고 천편일률적인 매장과는 다는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으니 그 대표적이 곳이 도쿄역의 다이마루백화점(大丸デパート, http://www.daimaru.co.jp/tokyo)이다.
올해 도쿄 커리너리 투어에서 도쿄역의 스토어들과 다이마루백화점은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다른 백화점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흔히 화장품이나 명품점이 주를 이루는 1층 매장.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도 가장 중심인 곳에 자리한 백화점인만큼 1층에 당당히 식품 매장이 차지했다. 도쿄역을 오가는 수많은 관광객과 출장 여행객을 타깃으로 유명도시락과 과자점이 입점해 큰 호응을 얻고 있고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도쿄의 푸드 스토어에서 벤토(도시락) 구경은 필수 코스다. 특히 하루 고객이 8만여 명에 달하는 도쿄역의 다이마루백화점 도쿄에는 얼마나 많은 벤토가 준비되어 있을까? 100년이 넘는 노포에서 만드는 도시락부터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닭고기, 달걀, 튀김 벤토, 일본 스타일로 재해석한 양식 스타일 도시락, 그림처럼 담겨져 있는 일본식 도시락까지…. 일본의 벤토를 볼 때마다 일본인들의 DNA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를 한 번씩 고민하게 될 정도다. 일본에서 만나는 도시락은 밥에 반찬을 담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마치 아름다운 작품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이마루백화점의 도시락 스트리트에는 무려 1,000종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고 근처 오피스가의 직장인과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고민은 ‘오늘 점심은 뭘 먹나?’인데 도쿄역 근처의 직장인들은 그런 고민이 필요 없을 듯하다. 아니, 오히려 더 고민이 되려나?
테이크아웃 샐러드와 델리, 즉 반찬가게도 도시락 만큼이나 눈길을 끈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유럽의 식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서양식 식재료와 요리법 사용에도 익숙하다. 조명만으로도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는 것도 일본 푸드 스토어들의 특별함이다. 1인 가족의 증가, 고령화, 맞벌이의 증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퇴근길에 백화점 푸드코트의 반찬가게를 들러 저녁거리를 해결하기에 충분하다.
카메라 셔터가 절로 눌러지는 곳은 스위트 코너이다. 일본의 노포 화과자의 화과자를 비롯하여 세계 유명 디저트, 초콜릿, 케이크, 푸딩, 젤리까지 디저트 천국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어느 곳에 먼저 시선을 멈추어야 할지 모를 만큼 사랑스럽다. 도쿄역 다이마루백화점이 스위트의 성지가 된 것은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많은 스위트들과 마주하는 순간 이곳은 성지이다. 아무리 대식가인들 맛보고 싶은 것들을 다 맛보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곳의 스위트들 때문에 다시 도쿄로 커리너리 투어를 떠나게 된다.
도쿄역에는 다이마루 푸드 스토어 외에도 거대 푸드코트가 이어져 있다. 도쿄 각지의 유명식당, 라면집, 빵가게, 디저트 숍, 지역 특산물 가게 등이 총집합해 있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답게 별별 스토리가 다 담겨 있는 캐릭터 상품들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TOKYO Culinary Tour]도쿄의 푸드 스토어
SSG 푸드마켓쯤?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
신세계가 오픈한 프리미엄 푸드마켓 SSG가 청담동에 오픈했을 때 구경을 갔었다. 명품가방을 시장바구니로 들고 다니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SSG 푸드마켓의 식재료는 가격도 프리미엄급들이었다. 그래서 한번 구경으로 끝이 났다.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KINOKUNIYA INTERNATIONAL, http://www.super-kinokuniya.jp/store/international/)은 일본의 최고 명품 식품을 모아 판매하는 슈퍼마켓이다. 도쿄에 가면 한 번씩 찾곤 하는데 SSG 푸드마켓과 비슷한 곳이라고 하면 신세계가 기분이 상할까? 아니면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이 기분이 상하려나?
동네 슈퍼마켓과 같은 분위기이지만 즉석에서 하몽(스페인의 전통 음식, 돼지 윗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것)을 잘라주고 신선한 올리브나 다양한 치즈 등이 유럽에서 방금 건너온 듯 잘 포장 되어 있지만 가격은 착하기만 하다. 소량씩 포장되어 있는 와인 안주도 다양하니 와인 생각이 절로 난다.
신선한 생선회는 뚜껑을 바로 열고 간장에 찍어 입으로 넣고 싶을 만큼 잘 포장되어 있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게 되는 마블링이 잘 된 일본 와규는 어디선가 불판을 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도쿄역 다이마루백화점의 도시락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퇴근길에 사서 들어갈 만한 소박하면서도 건강해 보이는 도시락도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의 특징이다.
과일과 채소들은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을 오게 하는 이유가 될 만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하지만 과일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고 냉동이 아닌 탐스럽고 신선한 베리류, 흰색 딸기, 사이즈가 다른 망고와 감귤류 등이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널의 품격을 과시한다.‘우리나라 농수산물중 좋은 건 다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말이 왠지 사실일 것만 같은 크고 탐스러운 과일들이 많다.
오랜 시간동안 서양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영향으로 서양식 허브나 흰색 아스파라거스, 노란색 주키니, 동그란 가지, 펜넬, 안티초크 등도 이곳에선 흔한 식재료다. 크기도 색도 모양도 다양한 식재료들이 많으니 일본 요리가 예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요리하는 사람의 너무 뻔뻔한 변명일까? 장바구니에 넣어 갈수만 있다면 나는 기노쿠니야 인터내셔녈에서 만난 일본의 채소를 마구마구 담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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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모두의 로망
내추럴하우스 아모야마텐
일본은 장수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일본의 음식들이 건강식으로 여겨진다. 건강한 식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재료가 필요하다. 내추럴하우스 아모야마텐(Natural House青山店, http://www.naturalhouse.co.jp)은 이름처럼 농약이나 화학비료, 첨가물들을 넣지 않거나 유기농인 식재료들과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다른 푸드 스토어의 제품들이 포장에서부터 식재료의 모양까지도 온전히 일본이라 할 만큼 아기자기하고 섬세하다면 이곳의 제품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에 가깝다. 생산자의 푸근한 미소와 함께 진열된 일본산 식재료, 예쁘지는 않지만 건강해 보이는 식재료, 포장도 가장 단순화 시킨 간편식들, 그리고 화장품에 생활용품까지 친환경적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건강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들려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관심 가져 볼만한 곳이다. 지금까지의 ‘일본스럽다’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 카메라는 잠시 휴식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다른 푸드 스토어에서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직진본능으로만 다녔다면 이곳에선 잠시 먹거리가 가지는 진짜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볼 일이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