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장바구니]독일의 푸드마켓
1탄 : 레베(REWE), 칼슈타트(karstadt), 라파예트(lafayette), 드레스덴 재래시장
지인이 몇 해 전 독일에 주재원으로 가게 되었어요. 어느 날은 암스테르담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고 또 어느 날에는 런던, 파리, 프라하에서 커피를 마시더라고요. 또 가볍게 2박 3일 이스탄불 휴가를 가게 되었다는 일상 같은 소식을 전하곤 했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인의 소식들은 가끔이 아니라 자주 부럽기만 하네요. 유럽의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지인의 일상사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권과 비행기표가 있어야만 이웃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리 유럽은 여러 나라가 국경이 없는 듯 모여사니 내 나라의 도시를 방문하듯 이웃나라에 가기 쉽잖아요. 또 화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삶의 방법을 공유하고 있고 언어뿐 아니라 문화도 비슷하기에 여행이 특별하지 않은 것이지요.
특히 독일은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이 나누어지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독일을 거쳐 여러 나라로 운행되고 있으니 어느 곳이든 가볍게 갈 수 있어요.
오늘은 암스테르담, 내일은 파리, 런던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행 일정은 아니지만 독일인들은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 독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에서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길 찾기에 지치고 스스로 세운 살인적인 스케줄에 지칠 때쯤 내 마음의 위로가 되고 다시 힘을 내어 여행을 하게 해 주는 곳이 있어요.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다양한 식재료들과 상품들을 볼 수 있는 푸드마켓이에요. 독일에도 예외 없이 나에게 힘을 주는 푸드마켓이 있었어요.
늘 짧은 여행에 한 나라의 문화, 특히 음식 문화를 이해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몇 가지 재미있게 경험한 곳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마켓
레베(REWE)
저처럼 마켓 근처에만 가도 힘이 생기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켓으로 어디를 기억할까요? 아마도 대형할인 매장인 이*트, 롯* 마트, *플러스? 그리고 우린 편의점들이 즐비하니 편의점 브랜드를 기억할 지도 모릅니다.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본 간판은 레베(REWE)였어요. 대도시의 대형 마켓에서 역사 근처의 작은 규모까지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마켓이랍니다. 레베 외에도 알디, 리들, 카이져스, 에데카 등의 마트가 있고 가격대와 개념이 약간이 다른 마트들이라고 합니다.
레베(REWE)의 시작은 1900년대 초 독일의 소매상들이 도매상들의 높은 유통마진을 감당하기 위해 공동구매로 대량유통을 통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세계 2차 대전의 발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생산업에 진출했고 당시 사회주의자들의 억압적인 사업 통제 정책을 피하기 위해 통조림, 건조식품, 와인제조, 커피 로스팅 등의 가공식품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고 해요. 이후 1970년대, 독일 내의 여행 붐에 힘입어 여행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여행사인 DER을 인수하여 여행업으로 진출하였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유럽 내 식품 수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갔고요.
현재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에도 슈퍼마켓, 편의점 등으로 진출하여 독일의 대표기업이 되었어요. 그러니 짧은 여행 중에 레베 간판을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레베는 우리나라의 대형 할인 마트와 비슷한 구조로 다양한 제품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었고 독일인들의 주식인 빵과 소시지가 특별했어요. 냉동 코너의 HMR제품들은 감자를 활용한 제품들이 많더라고요. 버터, 치즈, 생크림, 요거트를 비롯한 유제품들도 다양했는데 특히 감자 요리에 곁들이는 사우어크림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독일인들의 거대한 몸집처럼 제품들도 큼직큼직한 것이 여기는 독일의 대표마트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제품을 포장하는 화려한 기술은 없어도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장바구니를 채우면서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답니다.
내가 찾던 바로 그곳!
칼슈타트(KARSTADT) 식품매장
레베가 이*트를 방문한 느낌이라면 칼슈타트 식품매장은 신세계백화점 식품 매장을 방문한 느낌이 들었어요. 칼슈타트 백화점은 언젠가 읽은 기사를 생각나게 했어요. 투자회사 ‘베르그루엔 홀딩스’니콜라스 베르그루엔 이사회 이사장은 독일 백화점인 칼슈타트, 르몽드, 버거킹 등을 소유한 억만장자인데요.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명으로 소개하는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은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명예시민에 위촉되기도 했어요. 그는 태생부터가 달라, 어마무시한 ‘금수저’로 태어나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집도 차도 버리고 ‘무소유’를 선택했다고 하지요. 무소유를 선택하기 전까지의 삶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화려한 삶을 살았고 그가 그런 무소유를 선택하기까지의 구구절절함을 아무리 아름답게 글로 표현되어 있어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아름다운 무소유보다는 왠지 특별한 무소유를 경험해 보고 싶은 그만의 또 다른 삶이 아니었을까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누군가가 무소유를 선택했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죠. 칼슈타트 백화점 식품매장을 구경하면서 마구 솟구치는 소유욕을 억제해야했어요. 독일의 일반적인 마트인 레베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칼슈타트 식품매장에서 보고, 느꼈으니 여기가 바로 내가 찾던 그곳이요! 나의 여행을 두 배로 즐겁게 해 주는 곳이었어요.
신선한 과일, 채소, 허브류를 비롯해 우리나라 백화점 반찬 가게를 연상케 하는 델리 코너가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소시지의 세상은 ‘독일은 역시 소시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크기, 모양, 색감까지 다양했고요. 그 맛은 또 얼마나 다양할지 궁금하고 또 궁금했어요. 육류는 마리네이드가 되어 있어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신선육에서 학센이 대표 요리인 만큼 냉동 족발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파스타와 라이스, 소스류 등이 레베와는 또 형태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맥주! (소시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다양하니 그 이야기는 따로 해야겠네요). 점점 무거워지는 장바구니만큼 소유욕도 커져서 칼슈타트 백화점 식품매장을 나섰어요.
‘구텐 모르겐!’과 ‘봉주르~’
프랑스 백화점 라파예드(Lafayette)
독일어, 프랑스어를 배운 적은 없지만 독일어는 키도 크고 몸집도 큰 독일인들이 ‘구텐 코르겐 !’이라고 거칠게 발음할 것 같고, 프랑스어는 날씬 하고 멋진 프랑스인이 ‘봉주르~’하고 부드럽게 발음할 것 같아요. 독일인들이 큰 몸집 때문에 거칠 것이라고 착각을 자유롭게 했으나, 제가 만난 독일인들은 친절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어요.
독일의 푸드마켓을 보며 독일인들이 화려하거나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합리적이고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현란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시켜야 지름신이 든 소비자들이 마구 장바구니를 채울 텐데…. 독일에는 그런 지름신을 들게 하는 상품들은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현지인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라파예드(Lafayette)을 베를린에서 방문하게 되었어요.
화려한 프랑스의 문화처럼 프랑스 백화점도 예상처럼 화려했어요. 현란한 포장술로 자칫 독일에서 프랑스 상품들은 가방에 채워갈 수 있는 곳이라 주의가 필요할 정도랍니다.
거친 독일빵에 조금 지쳐 있을 때 한번 들려서 말랑말랑한 크루아상을 맛보고 프랑스 와인과 치즈를 맛보면 프랑스에 온 것 같아요.
이곳은 베를린에 문을 연 프랑스 백화점 라파예드입니다.
바로크 양식 궁전옆 재래시장
드레스덴 마켓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궁전, 왕성, 미술관 등의 유명한 건축물과 회화 등이 도시를 채우고 그 아름다운 도시에 전쟁의 흔적도 가득하니 이곳, 드레스덴이 독일의 축소판입니다. 드레스덴 마켓은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뉘른베르크, 뮌헨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합쳐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마켓이 어우러지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흥겹게 하고 촛불과 크리스마스 장식품으로 야경이 특별히 아름다운 도시라고들 이야기하죠.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시즌이 아니어도 재래시장이 서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씨 탓에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했어요. 소시지에 맥주 한잔 하면서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의 야경을 느끼고 싶었지만 빨리 장보고 들어가서 저녁을 차려야 할 것 같은 주부의 마음으로 채소, 피클 가게에 들러서 장을 봤어요. 야경 대신 재래시장표 과일, 채소, 피클, 올리브 등으로 숙소에서 저녁상을 차려보니 크리스마스 야경만큼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맛보는 새로운 맛이었답니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