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쿠바 숙소에서 아침을!
쿠바 기행
꼬박 하루를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아바나!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아바나에 도착하니 금요일 밤! 지구 반대편으로 와서 하루라는 시간을 얻은 것 같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를 생각하면 하루는 또 사라지니 특별한 손해도 이익도 없는 인생사 같아요~ 어딜 가나 시차 적응에 단련된 몸인데 낮과 밤이 완전 반대이니 시착적응이 좀 필요한 여행이었어요.
쿠바에서는 숙박을 주로 CASA(까사)라는 민박집에서 하게 됩니다. 호텔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수가 적기도 하고 비싼 편이라 여행객들은 대부분 까사를 찾게 됩니다. 쿠바는 스페인어를 쓰는데요. 누구나 만나면 ‘올라!(HOLA,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하고 가볍게 포옹을 합니다. 물론 포옹까지 익숙해지는 데는 여행이 다 끝난 후에야.
그리고 까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보셨죠! 저도 그래요. 일단 잡지 중에 ‘까사리빙’이 있고요. 리빙, 키친숍 중에 ‘까사미아’가 떠오르고요. ‘까사블랑카’라는 올드팝이 생각납니다.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는 저에게 까사는 집이란 걸 쿠바에 도착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행 중 가장 많이 사용한 스페인어는 ‘아쿠아’, ‘아쿠아룸’에 익숙하지만 물이란 뜻으로 ‘물이 먹고 싶어요, 물 주세요’는 모두 한 단어 ‘아쿠아’로 통일! 그리고 옛날 개그 프로그램에서 느끼한 표정의 개그맨이 외치던 ‘세뇨르~ 세노리따~’는 남성과 여성을 칭하는 말로 신사 숙녀 여러분쯤 되겠네요. 스페인어 배우기는 여기까지^^
까사에 숙박을 하면 돈을 지불하면 아침도 먹을 수 있어요. 아침 식사비로 3~5쿡(3~5달러)정도를 내면 빵과 과일, 커피를 제공해 준답니다. 이곳은 아바나에 도착해 3일 정도 묵은 까사인데요. 민박이란 표현을 했지만 우리가 가지는 민박은 시골의 정감 있는, 배타고 섬으로 들어간 연인이 배가 끊기고 어쩔 수 없이 방 하나에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그런 시골집은 아니에요.
일단 까사를 운영하는 쿠바인은 부자라고 볼 수 있어요. 까사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개의 방이 있고(방마다 화장실도 있고), 멋진 가구가 놓인 거실이 있는 곳도 많아요.
까사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쿠바인들도 이런 아침을 먹는 것 같지는 않고요. 외국인 대상의 까사들에서 차려지는 아침상입니다. 파파야, 오렌지, 파인애플이 등장하는데 당도가 그다지 좋지는 않아요. 아침마다 빵에 곁들여지는 구아바잼과 구아바 주스, 한때 익숙했던 구아바~ 구아바~
햄이나 치즈 , 올리브가 등장하면서 스페인식의 아침이 연상되지만 거기까지만 기대하는 게 좋아요.
샐러드! 보기에는 푸짐하고 엄청 특별해 보이지만 채소가 굉장히 귀한 곳이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채소 더 먹겠다고 하면 까사의 아주머니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한 표정?
쿠바여행 중에 신선한 채소를 마음껏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이것저것 다 먹고 나서야 달걀 요리를 먹겠냐고 묻는 편이에요. 삶은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 오믈렛 등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지만 달걀 요리가 주를 이루는 서양식 달걀 요리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름 에그홀더로 격식을 차린 삶은 달걀, 보일드 에그! 몇 분 삶아줄까? 를 물어 13분을 삶아 달라했더니~ 까사 아주머니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깜짝 놀라네요! 완전 반숙인 13분이 익숙지 않은 듯해요.
아침마다 먹은 빵인데요. 빵이 붙어 있어요. 한판이나 반판을 일반적으로 사다가 두고 먹는 편인데. 쿠바는 아직은 생필품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비닐봉지가 흔하지 않아 빵을 개별 포장을 하는 일도 없고요. 손님이 직접 봉지를 가져 오지 않으면 그냥 맨손에 전해 줍니다. 쓰레기 걱정은 없을 듯 하죠.
쿠바는 소스가 아주 귀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공산품들이 자체 생산이 많지 않고 수입에 의존하는데 오랜 시간 폐쇄되어 있었으니 여러 가지 소스나 양념에 푹 빠져 있었던 우리네 입맛에는 소스가 없는 심심한 쿠바 요리들이 낯설 수도 있어요.
흥도 많고 정도 많은 까사 관리인. 부자 주인은 따로 있어요. 아주머니가 집도 관리하시고 우리 아침도 챙겨주시고 밤에 들어와 옥상에서 맥주도 판매하는데, 그때는 손님을 응대해 주시기도 해요. 아침에 여섯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2시간씩 걸린다는 수다쟁이 여사님이셨어요~
쿠바에서 커피가 생산이 되어 저도 올 때 국영상점에서 커피를 사오긴 했는데요. 커피 추출하는 도구들이나 기계들이 흔하지 않아 까사에서는 주로 모카포트를 이용하더라고요.
쿠바 커피~ 음~ 쓰다!
물이나 우유를 좀 타서 먹어야 해요^^
3일 동안 똑같은 메뉴도 있었고 가끔 특식도 나옵니다. 이날은 가지구이와 팬케이크였는데요. 가지는 소금도 안 뿌리고 이렇게 구운 게 끝! 그 옆으로 우리네 전처럼 보이는 건 팬케이크. 아침에 한 시간이나 구우면서 기름 냄새 풍기시더니~ 하여간 팬케이크와 가지전이 나온 특별한 아침이었어요.
그리고 아보카도 샐러드가 나온 날은 일행들이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채소 접시가 커서요^^ 아보카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엄청 더 커요. 샐러드에도 여전히 드레싱이나 소스는 기대하시면 안 돼요. 소금, 식초, 오일, 후추 정도.
차고 넘쳐서 버려지는 것이 더 많은 현대인들의 식탁에 비하면 쿠바는 사실 먹거리가 그렇게 풍부한 건 아니에요. 땅도 척박한 듯 하고요. 공산주의 국가이다 보니 국유지 땅에 악착같이 무엇을 경작하겠다는 생각도 없어보이고 춤추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쿠바인들이 그리 부지런해 보이지는 않았어요. 오랜 식민지 역사 속에 먹거리에 신경을 쓰면 살아오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제 나름 생각해 보았답니다.
미국의 금수조치로 고립되다 보니 비료 등이 부족해 채소나 과일은 본의 아니게 유기농이랍니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