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사탕수수와 럼, 헤밍웨이와 모히토
쿠바 기행
커피에 이어 오늘은 사탕수수로 만든 럼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민트에 온갖 음료를 섞기만 하면 모히토라는 표현들을 하지요. 언젠가 카페에서 “모히토가 뭐야?” 하고 어느 친구가 물으니 민트에 사아다를 탄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해야지’라는 이병헌 배우의 영화 대사 덕에 모히토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모히토는 쿠바를 대표하는 국민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탕수수로 만든 럼에 민트와 라임즙을 더한 것이 모히토인데, 럼이 유명하다 보니 모히토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래요. 게다가 쿠바와 뗄 수 없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다는 이유로 더 유명해졌어요.
저도 쿠바 여행을 가기 전에 ‘모히토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술’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거든요. 쿠바에 가면 모히토를 원없이 먹겠노라고 다짐하고 갔지만 사실 원 없이 먹지는 못했어요. 취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모히토와 달라 쿠바에서는 럼을 듬뿍 넣는 것이 특징! 술에 약하신 분, 특히 청량감 때문에 오전부터 마셨다가는 취해서 여행하기 힘들어요.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리브레, 그리고 피나 콜라다가 럼을 베이스로 한 쿠바인들이 즐기는 칵테일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몇 잔 마시지도 못한 쿠바의 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헤밍웨이 때문에 모히토를 알게 되었으니 아바나에서는 헤밍웨이의 존재를 부인하고는 이야기가 힘들만큼 어딜 가나 헤밍웨이와의 연관성을 강조합니다. ‘내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내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라는 문구를 남겨 아바나를 여행하는 관광객은 반드시 들러야만 되는 곳이 되었어요. 저도 관광객이니 ‘어디쯤은 한 곳을 들러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당연히 했어요. 헤밍웨이가 집필 활동을 하면서 묵었던 호텔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관광객 놀이도 잠시 하였답니다.
쿠바의 모히토 첫 잔! 아바나의 청명한 하늘이 모히토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관광객들의 끝없는 모히토 주문에 끝없이 모히토를 만들어 내는 쿠바 아저씨도 인상적이었어요.
럼을 베이스로 한 또 다른 칵테일 피나 콜라다도 있어요. 위에 럼을 부어 저어 가면 먹다 보면 처음엔 파인애플 단맛에 인지하지 못하다 어느 순간 럼에 확 취하게 되는, 칵테일의 저력이죠.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다이키리. 럼, 라임, 설탕을 넣어 얼음이 서걱서걱 씹히는 칵테일이에요. 헤밍웨이는 당뇨가 있어 설탕을 빼고 먹었다고 하는데요. 당뇨가 있으면 술도 금물인데…. 원 없이는 아니어도 1일 1잔 정도는 마셨던 것 같아요.
아바나에는 럼 박물관도 있는데요. 박물관에 칵테일바도 있어 박물관을 방문했다가 문 닫을 시간이라 모히토도 한잔 하고 신나는 음악도 들었어요. 모두들 대낮부터 춤을 추는데 흥에 약한 저는 뒤에서 박수만.
이건 또 어디? 트리나드쯤 되는 것 같네요. 틈만 나면 쉴 곳을 찾아 다니던 중 트리나드의 어느 호텔바에서 또 한 잔 했어요. 마시는 것보다는 이렇게 바라보며 앉아서 쿠바를 즐기는 것이 더 즐거웠던 것 같네요.
요긴? 산타클라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유일한 여성 멤버인 볼레로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혁명이 일어나기 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던 고급 사교 클럽이죠. 쿠바 음악의 황금기를 일군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답니다. 이때의 연주자들을 1995년 미국의 프로듀서와 영국의 음반사가 합작으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고 그 클럽의 이름을 따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앨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독일 영화 감독이 다큐멘터리도 만들었고요.
시가를 멋지게 물고 있는 노신사, 보컬 겸 기타리스트였던 콤파이 세군도의 음반을 요즘 저도 열심히 듣고 있답니다.
까사 주인이 준 웰컴 드링크, 다이키리.
밤이나 낮이나 언제나 쿠바와 모히토는 참 잘 어울렸어요. 쿠바 여행 중 흥미로워 했던 몇 가지 안 되는 아이템이었답니다.
우리에게 럼콕으로 알려진 쿠바리브레는 찍어둔 사진이 아쉽게 없네요. 미국의 코카콜라와 럼이 만나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쿠바리브레라고 부른답니다. 미국의 코카콜라는 찾아보기 힘들어 쿠바표 콜라로 주로 만들어요. 자유를 열망하면서 붙인 것 같죠! 저는 지금 쿠바의 하늘 아래에서 맛본 청량감 가득한 모히토 한 잔을 열망합니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