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따끈한 쿠바 안나네 집밥
아바나의 가정식
쿠바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감사한 일은 아바나에서 4대가 모여 사는 안나의집에서 요리도 배우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식사한 것이에요. 그 행복했던 기억은 너무 생생한데~ 사실 요리는 하하호호 웃다가 다 잊어 버려 요리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곳은 아바나의 부엌입니다. 오늘의 요리는 주인아저씨가 직접 가르쳐 주셨어요, 요리하는 일이 직업이 아니라 요리를 즐거워하시는 잘생긴 쿠바 아저씨이죠. 인물이 공개되면 큰 파장이 우려될 만큼 훈남이시라~ 미공개!
그리고 이 집의 일을 도와주시는 도우미님도 계셨어요. 이름을 여쭙는다는 것이 정신없어 못 물어보았네요. 이날 요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신데 말이죠.
제가 온다고 미리 준비하시는데 부엌 한번 보세요~ 너무너무 깔끔하시죠! 손님 온다고 치운 부엌이 아니라 진짜 매일매일 치워서 이렇게 깔끔한 것 같아요.
쿠바는 아직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식재료 구입이 편하지 않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식재료를 구입하러 2박 3일을 고생하셨답니다. 장 속의 양념들도 아주 심플하죠~ 요리를 안 해 먹는 집이 아닌데도 대략 이렇습니다. 남의 부엌에 들어가 이곳저곳 구경해 실례가 되었을 듯~
채소들은 쿠바에서 나름 싱싱한 재료들로 특별히 준비! 본의 아니게 비료 등의 부족으로 이것들도 아마 모두 유기농일 거예요. 그런데 유기농은 어느 나라에서나 이렇듯 약간 부실해 보이죠.
우리의 죽 같은 음식인데요. 고구마처럼 생긴 말랑가를 미리 끓여서 갈아 놓은 것 같아요.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식초에 고추, 레몬 등을 넣어 두었다가 튀김 등을 찍어 먹는 소스도 보여주셨어요.
아마도 이 요리는 ‘타말엥까스웰라’
옥수수를 갈아서 양념하여 노릇노릇하게 튀긴 음식이에요. 역시 튀김은 어느 나라에서나 진리!
오늘의 메인 요리이자 쿠바요리의 대표격으로 여행서나 쿠바 요리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요리에요.
‘로빠비에하’
쇠고기 장조림 같은 요리인데요. 쿠바에서는 쇠고기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라고 하니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로 한다면 구절판이나 신선로쯤? 정통 한식으로 소개는 하지만 어느 식당이나 가정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미리 푹 끓인 쇠고기를 장조림 하듯이 찢어서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끓인 장조림 형태인데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돼요. 저는 사실 쿠바 식당에서 먹은 고기는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안나네 쇠고기 요리는 진짜 맛있었어요. 역시 어느 곳에서나 집밥이 최고! 집밥의 위력!
쿠바는 술!
술이 빠지면 이야기가 안 되는 법인가 봅니다. 제가 술꾼도 아닌데 자꾸 포스팅의 주가 술이 되네요.
안나네는 4대가 함께 사는데 100세 가까운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7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로 구성된 대가족이에요. 게다가 주말이면 이렇게 작은집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오신다고 합니다. 작은집 할아버지, 그러니까 안나 아빠의 삼촌이신 거죠~너무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었어요. 요리하다 한 잔이 두 잔, 두 잔이 석 잔 되어 제가 요리를 잘 기억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어요.
이건 네덜란드 맥주인데요. 이렇게 쿠바에서도 수입 맥주도 구하자고 들면 점점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요리에 들어갑니다. 스페인산 쌀이랍니다. 그리 깨끗하게 씻지는 않아요. 대충 씻어서. 밥솥에 채소와 기름, 쌀, 콩을 넣어 밥을 지어요. 쿠바밥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합니다.
‘아로스콩그리’
밥하고 있으니 또 한잔하자고 등장하신 안나 할아버지~ 유쾌, 통쾌, 상쾌하신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연세 정도 되신 것 같더라고요! 언어가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어요. 그날 여러 가지 언어로 되는대로 소통을 나름 했거든요^^
한쪽에 쌓여 있던 유기농 채소로 샐러드를, 드레싱이라야 레몬즙에 오일 정도가 전부이지만 채소의 맛이 잘 느껴지니 좋아요.
이건 무엇일까요~~
진짜 먹고 또 먹었던 디저트예요. 구아바를 설탕물에 약간 졸려 차게 식혀둔 거예요.
‘까끼또테바야바’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요. 인상적이었어요. 대부분 과일 절임은 하고 나면 물렁거리는데 구아바는 탱탱해서 씹히는 맛이 정말 좋았어요.
쿠바에서는 구아바가 흔한 편이라 잼이나 주스, 이런 디저트들이 많은 것 같아요. 구아바~ 구아바~ 노래 부르게 되네요.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고 상에 차려집니다. 이날 모인 가족 수는 열 명 이상이었어요. 특별한 격식 없이 식탁에 음식들이 차려지고요. 각자 뷔페처럼 가져다 먹었어요.
오늘 만든 요리를 정갈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이렇게 다들 담아 먹고 더 먹고 싶은 건 다시 갖다 먹더라고요.
쿠바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즐겁고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식사였어요~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움을 달랬고요~ 그 아쉬움에 진한 럼으로 다시 마무리하니 식사 시간이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좋은 시간 만들어준 안나네 가족들에게 모두 감사드리며~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