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Culinary Tour]츠키지시장과 맛집들
4탄_츠키지시장, 마구로 돈부리 세가와, 에비킨, 터릿커피
다양한 다큐멘터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한 장면! 사람 키만 한 수많은 참치들이 즐비하게 누워 있는 그곳은 도쿄의 츠키지시장이다. 경매를 앞둔 참치들은 환경, 자연, 먹거리 등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빠지지 않는 소재로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 중에 하나이다. 도쿄 커리너리 투어 4탄은 도쿄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츠키지시장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산시장이라고 하면 바닷가에 있는 부산 자갈치보다는 노량진수산시장을 떠올리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일본 최대 수산시장은 도쿄의 도심에 자리한 ‘츠키지시장’이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처럼 도쿄도 주오구 츠키지에 위치한 츠키지시장은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며, 일본 시장의 표준 시세를 결정하고 일본인들의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잡히는 참치의 3분의 1은 일본에서 소비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최고급 참치들은 귀한 대접 받으며 냉장 상태로 비행기를 타고 츠키지시장으로 향하거나 냉동되어 배를 타고 츠키지시장에 도착한다.
츠키지시장은 도쿄의 커리너리 투어를 갈 때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항상 방문하는 곳 중에 하나다. 크게 변화가 있어서 매번 찾는다기 보다는 시장에서 느끼는 활기찬 모습과 시장 상인들과 어울려 그곳에서 먹는 아침에서 진짜 일본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고 시장을 찾기 위해 몇 번 출구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대나무 장바구니를 들고 빠른 발걸음을 재촉하는 누군가를 따라가다 보면 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
[TOKYO Culinary Tour]츠키지시장과 맛집들
도쿄의 부엌
츠키지의 장내시장&장외시장
츠키지시장은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장내시장과 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장외시장으로 나뉜다. 장내시장은 각종 수산물과 청과물이 경매를 통해 새벽부터 시작해 오전에 마무리가 되고 장외시장은 소매 혹은 나와 같은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종합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내시장에서는 새벽에 이루어지는 참치 경매장으로 유명하여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고 예전에는 참치 해체 작업도 볼수 있었으나 지금은 관광객들로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들었다. 매일 매일 잠을 설쳐가며 경매가 일상인 상인들에게 다국적 관광객들의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행동은 그들에게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쌓여 있는 스티로폼 박스, 물 좋고 탐스러운 다양한 해산물들, 조명 없이도 자체 발광하는 참치살과 생선들, 속도감 있는 상인들의 이동수단 터릿이 나의 기억 속 츠키지의 장내시장이다. 항상 장내시장을 방문할 때에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두르다 보니 많은 기억들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마음껏 돌아다녀도 괜찮은 장외시장이 있으니까~
장외시장에는 청과물, 해산물, 육류와 닭고기, 달걀, 가공식품류, 소품들까지 판매하고 있으니 장내시장에서 못다 푼 한을 장외시장에서 맘껏 즐기면 된다. 장내시장을 거쳐 장외시장으로 향하다 보면 ‘요시노야(吉野家)’ 1호점이 있다. 100년 이상 된 덮밥 전문점인 요시노야를 누군가는 맛없는 싸구려 일본식 덮밥 체인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바쁜 시장상인들에게는 빨리 한 그릇 먹고 일터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덮밥집일 것이다. 츠키지시장 상인들의 일상을 보고 싶다면 ‘요시노야’에서 아침 한끼도 괜찮을 듯하다.
달걀에 특별한 사랑을 부여하는 일본인들에게 달걀말이는 특별한 요리이다. 그래서 츠키지시장의 장외시장에도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곳은 달걀말이 전문점이다. 다양한 재료들을 넣은 달걀말이에서 부드럽고 촉촉함이 케이크를 연상하게 만드는 달걀말이까지. 관광객들을 위한 조각 달걀말이도 판매하고 있으니 궁금해 하지 말고 꼭 맛보기를.
장외시장을 활보하는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일까? 맛보기용의 스몰 플레이트를 만들어 관광객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거리 음식들이 많아졌다. 이것저것 먹다보면 결코 싸게 먹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구경에 먹거리는 필수 아이템이니 궁금하다면 고민하지 말고 맛보는 것도 츠키지시장을 구경하는 재미 중 하나다.
[TOKYO Culinary Tour]츠키지시장과 맛집들
서둘러요! 기다리는 사람들 힘들어요
마구로 돈보리 세가와
츠키지시장에서는 한끼만 먹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다. 맛볼 것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으니 다소 미련한 처사같지만 한계에 도전하며 먹고 싶은 것들은 다 먹고 오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일이다. 츠키지시장을 대표하는 메뉴로 스시가 빠지지 않고 그중에서도 해외관광객들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두어 군데의 스시집은 최소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
긴 시간을 기다릴 만큼 그곳의 생선초밥도 맛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돈부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선초밥형태가 아니라 밥에 생선회를 얹어주는 덮밥이다. 츠키지시장에 여러 군데의 덮밥집이 있지만 ‘마구로 돈부리 세가와(まぐろどんぶり瀬川)’는 장외시장의 명점 중의 명점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재료가 떨어지는 오전 11시 30분 즈음이면 문을 닫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장을 돌다가 8시가 되어가는 것을 인지하고 서둘러 도착했다. 역시나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는 극성스러운 커리너리 투어단답게 가장 먼저 도착했다. 시장통에 따로 문이 있는 것도, 따로 테이블이 마련된 곳도 아닌 주방에 마주한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덮밥집이다. 줄도 가게 앞에 서면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되니 길을 피해 멀찍하게 떨어진 곳에 줄을 서야한다.
손을 들고 기준을 외치지 않아도 어느 누구도 덮밥집의 줄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줄이 이어진다. 일본인들의 정확함이란 한 치의 오차가 없다. 8시가 되니 바로 오픈을 하고 주문을 받는다. 주방을 마주한 테이블은 딱! 6개. 6명이 한꺼번에 주문을 하고 또 한꺼번에 덮밥을 만든다. 메뉴는 마구로 돈부리(참치덮밥)와 이마다케 돈부리(시즌덮밥) 두 가지!
참치덮밥과 녹차, 채소절임이 세팅된다. 순식간에 완성되는 참치덮밥 만드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니 음식을 만드는 시간보다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 닦고 또 닦는 손길이 더 분주해 보이는 집이다.
밥에 얹어진 재료를 몽땅 비벼 먹는 회덮밥에 익숙한 우리에게 참치와 밥을 함께 떠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그 맛을 본 이후에는 일본식 덮밥을 찾게 될 것이다. 촉촉한 밥, 숙성되어 부드러운 참치, 그리고 미묘하게 베어 있는 간과 차조기, 와사비향이 잘 어우러지며 입에서 각각의 맛이 따로 또 같이 느껴진다. 이 맛들을 음미하면서 먹기에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빨리 먹고 일어나는 것도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센스 중에 하나!
[TOKYO Culinary Tour]츠키지시장과 맛집들
핫초코야? 커피야?
터릿 커피(Turret coffee)
참치덮밥을 먹고 난 후 츠키지시장의 2차전을 위해서는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잠시 걸은 후 커피 한잔으로 소화를 촉진시키고 다시 츠키지시장으로 돌아오는 치밀한 계획에 선택된 커피숍은 바로 ‘터릿 커피(Turret coffee)’.
츠키지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상인들의 이동수단이 되는 터릿(Tureet)을 콘셉트로 한 커피숍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터릿이 인테리어이자 테이블과 의자 역할을 한다. 작은 커피숍이지만 커피를 뽑는 주인장의 손길에서는 특별함이 느껴진다.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받아든 순간 머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분명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머그에는 핫초코가 들어 있는 듯했기에. 크레마가 진하다 못해 핫초코를 풀어놓은 듯 머그를 채우고 있으니 맛과 커피 추출 방법이 궁금해진다.
‘커피는 지옥만큼 어둡고 죽을 만큼 강하고 사랑만큼 달콤하다’라는 터키 속담이 딱 떠오른다. 진한 색과 달리 맛은 부드러워서 강하게까지 느껴지니 지금껏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특별한 커피맛이다. 커피맛에 깊이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다 문뜩 츠키지시장의 2차전을 잊고 있었으니 한 잔의 커피로 못내 아쉬움을 달래며 앞으로 도쿄 커리너리 투어에는 꼭 방문하는 곳으로 ‘터릿 커피’를 등록했다.
[TOKYO Culinary Tour]츠키지시장과 맛집들
국물 맛이 끝내줘요!
츠키지 에비킨
아점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식사를 말하지만 도쿄 커리너리 투어에서 아점은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지만 그 사이에 한번 더 먹는 식사를 말한다. 츠키지시장의 아점은 에비 소바.
입구에 있는 자판기 탐구를 통해 메뉴를 파악하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과 결재를 하고 영수증을 내밀면 주방에서 바로 메뉴를 준비한다. 오픈주방과 테이블이 나란히 접해있으니 은밀한 주방을 슬쩍슬쩍 훔쳐보며 주문한 메뉴를 기다린다.
관광객들보다는 시장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가게로 새우로 기본 국물을 뽑고 소바로 면을 만든 것이 에비소바이다. 돼지뼈로 국물맛을 낸 라면 국물에 익숙하지 않다면 도전해 볼만 하다. 에비소바의 맛은 깔끔하고 담백하니까. 짭짤하면서 뜨거운 국물의 에비소바 한 그릇이면 시장에서의 고된 노동도 잊게 해 줄 듯하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