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탐구]생강 강판&와사비 강판
믹서와는 다른 강판의 매력!
강판
그레이터(grater)
오로시가네(おろしがね)
위 세 가지는 같은 뜻의
조리도구입니다.
무엇인가를 쓱쓱
갈아주는 강판이죠.
어느 나라에서 무를 갈고,
어느 나라에서는 치즈를,
또 어느 나라에서는
와사비를 갑니다.
요즘은 성능 좋은 믹서가
다양하게 나오면서
갈아야 하는 모든 것을
믹서에 의존하지만
옛날 어머니들에게 강판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강판에 사과와 당근을 갈아서
삼베보자기에 짜서 즙을 내어
주스를 만들어 주셨고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주셨고
또 무와 생강을 갈아서
김치를 담그셨죠.
이제는 믹서에
무엇이든 넣어서 갈면
순식간에 재료 준비가 끝나지만
그 맛은 옛날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생각의 차이일까요?
서양에서는 치즈를 주로
그레이터에 갑니다.
특히 단단한 치즈는 즉석에서
흰 눈처럼 쓱쓱 갈아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에 특별함을 더하죠.
일본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장난감 같은 작은 강판이
오늘의 부엌탐구의 주인공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강판이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생강과 와사비를 갈아서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일본 요리를 떠올려 보니
잘 어울리는 강판이더군요.
사메카와 오로시(상어껍질 강판)
거친 상어뱃살로 만든 사메카와 오로시에 생와사비를 갈면 본래의 향과 매운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요. 와사비는 철과 닿으면 변하기 때문에 동판이나 스테인리스, 도자기 등으로 만든 것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상어껍질로 만든 강판이 가장 효과적이랍니다. 생와사비를 벼루에 먹을 갈 듯이 원을 그려가며 으깨듯이 갈면 됩니다. 섬유질이 많은 생강을 상어껍질 강판에 갈면 부드러운 생강즙이 만들어집니다.
동오로시가네(동간판)
동으로 덧대임을 한 강판은 채소를 갈 때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의 맛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셰프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채소의 섬유질이 상하지 않고 부드럽게 즙을 만들 수 있어 와사비, 마늘, 마, 생강 등을 갈기도 하고 무, 연근 등의 단단한 재료를 갈기도 한답니다.
감자전에 사용할 감자전을
갈기에는 너무 작은 강판들이나
우리나라 식탁에서는
생강을 갈기에 적합하니
요리할 때 즉석에서
생강을 조금씩 갈아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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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뱃살 강판은
도쿄의 츠키지시장에서,
동 강판은 교토의 노포 칼가게
아리츠구에서 구입했습니다.
글. 요리연구가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