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탐구]일본에서 온 ‘가정화보 새우면’
히트 예감!
● 탐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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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테이가호노 에비멘(家庭畵報のえび麺)
1봉지(소면 약 60g, 수프, 꽃새우, 파)
20kcal
상온에서 90일
538엔
* 먹는 법은 이렇다
①봉지를 뜯어 그릇에 면과 파를 넣고 뜨거운 물 2컵을 붓는다.
②랩이나 뚜껑을 씌우고 3분 동안 기다린다.
③수프를 넣어 섞은 다음 새우 고명을 얹으면 끝.
유튜브에 먹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8WgpHRr9Mtw
해마다 남의 나라로 미식여행을 떠나는
요리연구가 이미경이 말하다 ▶
새우를 국물에 넣으면 개성이 강해진다. 특히 마른새우는 시원한 국물맛을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한 향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일들이 많다.
새우+라면에 끓이는 것도 아닌 뜨거운 물을 부어 그대로 먹는 라면이라…?
이름만큼 맛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한 젓가락을 맛본 후에 새우면이 왜 인기를 얻는지 알게 되었다.
* 특징을 3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①끓이지 않고 뜨거운 물만 부어도 되는 편리성
②컵라면 같지 않는 신선한 비주얼
③인스턴트 같지 않은 깔끔한 맛
우리의 기억 속 컵라면은 면이 익으면 쫄깃한 맛보다는 탄력이 없는 면인데 새우면은 끓는 물에 삶아 냉수에 헹구어 낸 듯 면발에 탄력이 있다. 끓는 물만 부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궁금 또 궁금하다!
컵라면은 대부분 면에서 약간의 밀가루 날 냄새가 나는데(즉석면의 한계인 듯하다) 새우면의 면발은 우리나라 소면을 삶아 놓은 듯 깔끔한 맛이 난다. 그리고 새우 건더기가 들어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나고 인스턴트가 주는 짠맛이나 매운맛 등의 강한 맛이 없는 순한맛이 특징! 그러나 새우면을 냄비나 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다는 점은 좀 불편하다.
맛보고 샀다면 두 손 가득 사들고 왔을텐데~
편의점에 진열된 여러 가지 라면중에 하나쯤으로 여긴 내 잘못!
다시 맛보려면 도쿄를 가야 하나?
금강산도 식후경이 삶의 모토인
여행가 조경자가 말하다 ▶
도쿄의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나 창업 100년을 넘은 부자동네 마트에도 눈에 띈 새우면. 특별 매대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걸 보고 핫 아이템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친절하게 일본 아줌마들을 타깃으로 하는 럭셔리 매거진 ‘가정화보(家庭畵報)’의 이름까지 등장시키며 판매 전략에 나선 듯했다.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쏙.
봄 도쿄의 도드라진 주연 식재료는 스테디셀러인 벚꽃과 벚꽃 이름을 한 새우였다. 이번 도쿄 커리너리 투어에는 수산시장인 츠키지 시장의 새우 소바 전문점의 방문도 일정에 있었기에 그저 ‘새우를 넣은 면이 요즘 트렌드인가?’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다녀와서 알게 됐다. 새우면의 스토리를.
이름은 가테이가호노 에비멘(家庭畵報のえび麺). 시마바라라는 지역의 명물 수타 소면과 시즈오카 현의 사쿠라에비(핑크 빛이 도는 작은 꽃새우)라 맛을 좌우한다. 츠키지 시장의 새우 소바는 예상했던 대로 새우로 국물맛을 내고 고명으로 새우를 얹어 내는 스타일이었다. 새우 특유의 맛으로 호불호가 나뉠 맛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멸치와 다시마팀에 일본에서는 갖은 육수 재료에 밀리기 일쑤인 새우를 온전히 주인공으로 맛깔스럽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각설하고, 새우면은 가정화보라는 잡지에서 만들었다. 2010년 창간 60주년을 기념한 상품(가정화보 쇼핑 살롱의 오리지널 상품)으로 기획되었는데, 누적 판매수는 55만개. 인기에 힘입어 닭 국물 생강면도 선보였다.
새우면은 즉석라면과 같은 레벨인 주제에 맛에 품격이란 게 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자고 다짐했으면서 청개구리가 된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데, 새우면은 그런 번뇌에 빠지지 않게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건강할 것 같은 면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구나’라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이름을 저장했다가 꼭 사오는 물건이 몇 개 있다. 요로호이, 로이히, 로이즈 초콜릿, 아이봉, 센카 퍼펙트 휩~ 그런 것들이 들어찬 드렁크에 새우면 두어 개 넣어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