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탐구]떡시루
떡 찌는 집
어릴 적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면
할머니는 쌀가루를 내리고
팥과 콩을 삶아서
고물을 만들어
시루에 떡을 찌셨어요.
빵집이
흔하던 시절도 아니었고,
편의점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으니….
그 시절 떡은
간식이자 특별식이었죠.
할머니가
떡을 만드시는 동안
어린 손녀는 목을 빼고
그 옆을 지녔습니다.
이제 집에서 떡을 찌는
사람들은 전문가들 외에는
많지 않으니
시루를 모르는 세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의 부엌탐구는
‘시루’입니다.
시루는
바닥에 수증기가 들어오도록
구멍을 뚫어 곡물을 찌는데
사용하는 그릇입니다.
일종의 찜기죠.
요즘은 떡도 시루보다는
대나무 찜기에 얹어서
많이 찌기 때문에
어릴 적 할머니가 쓰시던
질그릇 시루는
더욱 보기 힘들어졌어요.
떡시루는
질그릇으로 구운 것이
대부분이나
도자기로 구운 시루와
놋기도 있어요.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어
물솥에 올려놓고
뜨거운 수증기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서
익어요.
떡을 찔 때에는
구멍으로 쌀가루가
빠져 나가지 않도록
무를 얇게 썰어서
시루에 난 구멍에
얹어 두었고,
물솥과 시루가 닿는 부분에서
김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시룻번을 발랐어요.
시룻번은 주로
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거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솥과 시루 둘레에
돌려가면서 붙였죠.
사용한 시룻번은
버리지 않고
잘 말려 두었다가
정월대보름 저녁에 먹거나
깨물어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였답니다.
그런데 시룻번을
제대로 붙이지 않아
김이 새어나가면
떡이 설익어요.
그래서 생긴 표현이
‘김샜다!’입니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쓰는 표현이죠.
비닐팩에 잘 싸여진
정갈한 각종 떡이
흔한 시대를 만나
이제는 아무 때나
달콤한 떡을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에서
바로 꺼낸
무시루떡, 상추시루떡,
콩시루떡을 떠올리면
군침이 납니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