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잉글리시 애프터눈 티
오후의 홍차
영국에서
꼭 해 보아야 할 일로
오후에 한가롭게
애프터눈 티를 즐기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영국 토박이라면
결코 하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일이라는 걸
여행을 다 하고
애프터눈 티도
마시고 난 후에 알았어요.
여행을 마감하는 날은 다가오고
애프터눈 티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고
급하게 찾아 헤매기 시작했으니
이렇게 멋진 곳으로
애프터눈 티를 즐기러 갔어요.
분위기 좋고~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밸런타인데이였어요.
영국도
예외는 아닌지
예약하지 않고
뻔뻔히 들어선 관광객을
반가이 맞이해줄리 없고
자리도 물론 없어서
돌아서 나왔어요.
마음이 급해져
이젠 비싸도 괜찮아~
오늘이 아니면
애프터눈 티는
맛볼 수 없으니~
<포트넘&메이슨>에 들어서니
여긴 딱! 봐도 우릴
받아 주지 않을 듯합니다.
이미 만석에
예약도 이미 꽉 차 있으니~
게다가
날이 날인지라 드레스업한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으니
종일 영국 비바람에
외투가 절여진
우리가 반가울리 없죠.
caffe concerto
여기서
포기해야 했는데요~
다리도 아프고
비바람에
으슬으슬 춥기도 하니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애프터눈 티>라고 쓰여진
카페에 무작정들어갔어요.
있다! 있어!
주변인들의 메뉴 선택을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주문에 들어갔어요.
주문을 하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차를 마시고 있네요.
아니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요.
옛날 귀족과
귀부인으로 살아가던 시절
'티'는 영국인들에게
삶의 중요한 일부였답니다.
특히 귀족여성들은
한가로운 생활이 따분했을테고
저녁은 8시 정도에 먹게 되니
3~4시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티를 마시기 시작했답니다.
특히 수다와 함께
식탐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애프터눈 티가
특히 성행했고요.
티문화가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애프터눈 티처럼
한가롭게 티를 마시는 일은
역사극이나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영국인들은 이야기 합니다.
짜잔~
이렇게 나와 버렸어요!
티팟과 티컵이 나왔을 때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줄이야~
옆에
영국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내 쳐다봤어요^^
'왜 저들은
여기서 이걸 시켰을까'
이런 눈빛으로요.
'괜찮아, 괜찮아'로
스스로 위로하며
맛보았어요.
애프터눈 티에
빠지지 않는다는
오이 샌드위치.
오이 샌드위치가
필수 아이템이지만
한입을 먹고
내버려 두는 것이...
그리고
스콘과 버터, 잼.
점점 말이 없어지는
일행들~
애프터눈 티에
종지부를 찍는
케이크와 타르트.
왜 옆테이블의
아주머니가 그런 눈빛을
여러 차례 보냈는지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백반집에서
구절판이나 신선로를
시켜 먹은 꼴이죠^^
우아하고 근사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영국에서
재미있는 애프터눈 티는
맛보았네요.
혹시 영국여행 중에
애프터눈 티를 경험하시려면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마시고
런던시내 한복판은
살짝 피하는 게 좋아요.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