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러시아 생트페테르부르크 르이낙시장
Russia Culinary Tour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내어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 투어를 다닙니다.
작년에 찾아간 곳은 러시아.
오늘은 생트페테르부르크의 전통시장을 소개할게요.
도스토예프스키?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전집에서 읽은 <죄와 벌>이 기억이 날까 말까?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생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집필하여 그의 박물관이 있고 그의 탄생일에는 특별한 기념행사가 이루어지고 관광객들은 <죄와 벌>의 실제 무대를 따라 여행을 하기도 하여 생트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도시라고도 한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도스토예프스키보다 그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이 더 궁금했어요!!
직! 업! 병!
어마어마했던 여러 박물관을 끝없이 다니느라 지쳤던 발걸음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하니 역시 여행은 남들처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곳을 가야 하는 것이 정답인가 봅니다.
옛 소련 시절에는 전통 시장이 좀더 활기가 있고 여러 군데 있었으나 역시 자본주의에 밀려 지금은 대형 마켓이나 백화점이 성황을 이루어 전통 시장은 별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잘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도 눈이 가지만 풍성하게 쌓여 있는 전통시장은 언제가 푸근합니다.
우리네 오미자 처럼 생긴 이 과일들은 베리 종류예요. 러시아가 추운 나라라고만 생각한다면 왠지 베리류는 나올 것 같지 않지만 다양한 베리류가 참 많았었요. 무화과도, 포도도, 토마토도, 복숭아도. 가을인데 계절에 상관없이 여러 과일들이 제철처럼 모여 있으니 ‘where are you from’을 묻고 싶었으나 그저 조용히~
감, 배, 오렌지, 수박까지.
포도주를 담가야 할 것 같은 포도부터 포도처럼 보이지만 자두 종류인 푸룬도 보이네요. 그리고 납작 복숭아가 참 특이했어요. 누가 눌러 놓은 듯 납작한데 그 맛이 참 달았어요. 러시아의 르이낙시장을 둘러 보면서 열대 지방의 과일만 맛있다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어요.
향신료들이 우리 열무, 얼갈이, 배추처럼 건장합니다. 미니 오이는 어느집 밭에서 온 것인지 아직 꽃도 안 떨어져 싱싱합니다. 딜을 듬뿍 넣고 피클을 통째로 담가서 먹더라고요. 유럽에서 보았던 과일이나 채소들과 다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흔하게 보는 과일, 채소들이 대부분이죠~
소스나 드레싱, 음료와 차 등도 이렇게 잘 정렬되어 있어요. 사실 걷다가 지쳐 소스 구경을 제대로 못한 것이 너무 너무 아쉬워요~
그런데 마늘종 피클을 보게 되었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마늘, 오이, 토마토도 절이고 소금 외에 식초나 설탕도 들어간 피클 형태의 절임이었어요.
돌마라고 하죠. 포도잎을 절인 건데요. 여기에 밥이나 고기, 채소 등을 싸서 만드는 요리들이 있어요. 깻잎절임 같죠! ‘너의 이름은?’ 저도 몰라요. 아저씨도 안 가르쳐주시더라고요~
러시아에서 온 생선들 우리 밥상에 의외로 많이 올라옵니다. 대표 음식으로 고기 샤슬렉을 꼽는데, 생선과 해산물도 넘쳐 나더라고요.
닭고기에서 이어지는 돼지고기, 쇠고기, 그리고 정체 모를 육류들이 그 옆으로 쭉 이어졌으나 사진에 담기가 그래서 지나쳤어요.
아무래도 전통 시장이다 보니 축산물들은 냄새와 비주얼로 접근하기 힘들더라고요.
열고 열고 또 열고~ 러시아 여행에서 이 기념품 안 사오면 의심해 봐야죠~ 목각인형 마뜨료쉬카!
정교함과 개수에 따라 가격이 하늘과 땅차이가 납니다.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니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커피, 티가 있고요.
여긴 꿀잼나는 꿀집이에요~ 러시아는 꿀이 다양하더라고요.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육포같지만 요건 달콤한 맛이 나는 디저트입니다. 속에 견과류가 쏙쏙 박혀 있고 얇게 잘라서 먹어요. 이름은 묻지고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시식만 했어요.
여긴 치즈와 요거트, 커드를 포함한 러시아의 유제품이에요.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니 러시아의 유제품은 꼭 몽골의 유제품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그 영향도 있을 듯합니다.
넓은 땅에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으니 여러 음식문화도 혼합되어 있는 듯합니다.
콩물처럼 생겼지만 플레인 요거트인 끼피르, 우유를 응고 시킨 뜨바록, 샤워크림인 스메따나, 우유는 말라꼬. 이런 저런 치즈들까지. 스위스에만 유제품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유제품 제대로 안 먹으면 손해 보는 여행이라고들 합니다. 그나저나 러시아어는 진짜 생소하기만 했어요.
이건 오징어포인줄 알고 덥석 집어 먹었다가는 물을 1리터는 마셔야 하는 훈제 치즈예요.
장외 시장에 우리나라 오일장 같은 느낌이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작은 시장이 또 열리네요.
시장 구경은 어느 나라에서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여기는 생트페테르부르크의 르이낙시장입니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