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쿠바에서 아이스크림
쿠바에서 아이스크림이 더 특별해지는 이유
여행할 때에는 차가운 음료는 잘 먹지 않는 편이에요. 물론 알코올 음료는 예외지만요^^. 차가운 음료를 먹기 시작하면 갈증이 더 나고 자칫 먹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배탈이 나기 쉬워 뜨거운 차를 마시거나 그냥 물을 먹는 편입니다. 쿠바 여행에서도 시원한 모히토는 많이 마셔도 다른 음료수는 별로 마시지 않은 것 같아요.
쿠바에서도 한낮에는 더웠지만 아이스크림을 그다지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 산타클라라에서 맛보았던 아이스크림이 생각납니다. 아이스크림 맛보다는 그 장소가 기억에 남는 곳이죠. 여행자에게 유명한 도시인 산타클라라는 체게바라 혁명관을 비롯한 체게바라 관련한 곳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체게바라에 관심이 적은 저 같은 여행객에게는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산타클라라 중심이 되는 비달 광장은 모든 것이 시작되는 중심과 같은 장소예요. 젊은이들이 모여 데이트를 하고 인터넷 카드를 사서 인터넷도 하고 밤마실을 나온 쿠바인들도 많이 볼 수 있는, 여행객에게는 약속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비달 광장 옆에 쿠바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된다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요. 보기에는 꼭 터미널 같죠^^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스크림 가게인 줄 알았어요. 화려한 사진도 모형 아이스크림도 설명도 없어요. 어쩜 이런 모습이 쿠바일듯 합니다.
그런데 축구라도 한판 해야 할 듯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쿠바는 아직 이런 공간들이 많으니 여유로워요.
싱글, 레귤러, 더블도 아닌 쿠바 아이스크림 주문하기 난코스를 거쳐 주문하니, 배급하듯 여사님들이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공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듯 각자의 맡은 바를 다하면 주문된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주문한 아이스크림, 녹기를 기다린 건 아니고요. 떠서 그릇에 녹는 순간 녹고 있어요. 그것도 접시에 담아주니 아이스크림 녹는 것이 더 잘 보이는 듯해요. 왜 접시에 주는지는 의문^^ 이 위에 생크림이나 과일 등을 얹어주는 메뉴들도 있고요.
보냉 장치 전혀 없이 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집이 아주 가깝던지 아니면 녹은 아이스크림을 즐기던지 둘 중의 하나겠죠. 유제품이 발달하지 않아 아이스크림의 맛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쿠바인들 사이에서 녹은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씩 입속으로 떠먹는 일은 산타클라라의 오후를 즐기기에 적당했어요.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