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이제는 전망대로 변한 감시탑
쿠바를 다녀온 여행객이라면 이 사진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거리예요. 또 쿠바의 중부에 있는 트리나드의 한 거리에 있는 벽화도 인상적이죠. 누가 그렸는지 쿠바스럽게 참도 잘 그렸죠~
지도가 없어도 이곳을 처음 왔어도 바로 이곳에 오래 있었던 것처럼 익숙해지는 곳이 트리나드였어요.
어느 나라든 여행객에게 익숙한 대표 도시가 있다면 아바나 다음으로 트리나드를 손꼽게 됩니다. 마요르 광장은 트리나드 여행의 시작점으로 작은 공원과 같아요.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는 길로 따라 가다보면 마요르 광장에 도착하고 이곳을 기점으로 여기저기를 돌다 보면 다시 원위치에 와 있고는 합니다.
쿠바의 여러 도시처럼 트리나드도 물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에요. 100년 쯤 된 건물은 오래된 건물 축에도 못 끼니 쿠바의 매력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우린 100년 이상 된 건물을 보려면 고궁을 방문해야 하니 자꾸 비교 아닌 비교가 되네요.
건물뿐 아니라 거리의 라이브 밴드도 세계유산급입니다. 집에서 증손자, 증손녀 돌봐야 할 것 같은데, 지나가는 여행객이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연주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절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작은 레스토랑, 수공예품 상점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그러나 사고 싶은 상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쿠바의 특징이죠^^ 지름신이 내리는 일은 많지 않아요. 수공예품 중 실로 뜨거나 바느질을 한 패브릭들이 특히 많아요. 식탁용 러너나 매트들이 다수를 차지해요.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 영향으로 많은 것에 스페인과 비슷한 흔적들을 볼 수 있어요. 테이블 세팅, 커트러리, 센터피스, 매트, 러너 등~
트리나드로 향하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사탕수수밭을 둘러보는 기차 투어였는데~ 이럴 어쩌나!! 기차 고장으로 언제 투어가 가능할지 모른다고 하니 이것도 쿠바 여행의 묘미쯤으로 여기고 포기해야 했어요~
어쨌든 며칠은 트리나드에 묵으면서 기차 투어는 하지 못하고 말았어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사탕 수수밭은 전망대에서 둘러만 보았어요.
쿠바의 주요 산업인 사탕수수로 설탕과 럼을 만들어 세계 각지로 수출을 했답니다. 사탕수수 농업이 가장 호황을 누렸던 때는 18~19세기로 트리나드는 그 중심이 되는 도시로 그 시절의 풍요로움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번성했던 사탕수수밭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에 온 여행객들은 모두 이 전망대를 올라갑니다. 굉장히 가팔라서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가기 어려울 듯하고요. 오래되어서 삐걱거리니 공포감이 생기기도 하죠.
그러나 전망대의 스토리를 알게 되면 한가하게 사탕수수밭을 구경하고 옛 농장주의 대저택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쿠바인들의 아픈 역사를 너무 쉽게 여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지금은 전망대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탕수수 농장의 노예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47m높이의 감시탑이랍니다.
끝없는 농장에서 땀 흘려 일했을 노예들이 보이는 듯해요.
이제는 감시탑에서 여행자들을 위한 전망대로 제철 과일들을 판매하는 현지인들이 보여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거리의 라이브 밴드들은 빠지지 않아요.
누구에게는 호황의 시대로 편안한 삶을 누렸고 또 누구에게는 감시와 피박의 시대로 어려운 삶은 누렸을, 쿠바의 또 다른 모습을 떠 올리게 하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트리나드의 여행을 마무리했답니다.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