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탐구]보리굴비
입맛 잃은 임금님의 밥상을 책임진
자린고비네
천장에 달려 있는
‘굴비’.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먹지 못하고
밥 한 숟가락에
굴비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밥 한 그릇을
비워야 하는
자리고비네 밥상.
많은 음식 중에서
자리고비네 이야기에
왜 굴비가 등장했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굴비는
천장에 매달려 있어도
쉽게 상하지 않았을 테고
또 그 맛을 상상하면
입맛 돌게 할 만큼
맛있는 생선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부엌탐구에는
명절이나
선물세트로 자주
등장하는 굴비,
그중에서도
보리굴비입니다.
굴비하면
영광 법성포가
떠오릅니다.
좋은 천일염으로
양념하고
해풍으로 잘 말린
굴비의 유명세는
두 말 하면 잔소리죠.
그런데 굴비 앞에
보리가 붙었으니
무엇인가 한 번 더
가공한 굴비를
연상케 합니다.
보리굴비는
해풍에 말린 참조기를
항아리에 담고
보리를 채워 보관하여
곰팡이가 나지 않게
숙성시킨 굴비를
말합니다.
보리굴비는 숙성되면서
수분이 줄어들지만
보리향이 스며들면서
비린내가 없어지니
향과 맛이 좋아집니다.
굴비속의 기름이
껍질 쪽으로 배어 나오면서
누런색으로 변하는데,
그 쫄깃함은
일반 굴비와
비교할 게 못 됩니다.
보리굴비는
<승정원일기>에도 나올 만큼
입맛 잃은
임금님의 밥상을
책임지던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하지요.
물에 말은 밥과
보리굴비가
단촐하게 차려진 것이
정석 밥상이었어요.
그런데 참조기는
이제 귀한 생선이라서
요즘에는 부세를 말려서
보리굴비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리굴비는
쌀뜨물에 불렸다가
찜통에 쪄서
먹으면 됩니다.
바삭한 식감을
원할 때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워 먹으면 됩니다.
글. 요리연구가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