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장바구니]메트로폴 모스크바 호텔의 아침
블랙퍼스트는 이렇게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아침부터 누군가 해 주는 밥을
우아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나 조식이 훌륭하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더 하겠죠.
모스크바에서는
붉은광장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메트로폴 모스크바호텔’에서
머물렀어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만큼
그 규모도 건축미도 뛰어나
여행객 모드가 아니라
집순이 모드로 나가기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나가 늦은 저녁까지
돌아다니다 오는
여행객에게
호텔놀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아침이었답니다.
아침부터
과식을 위한 준비는
분위기.
그 분위기,
또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오페라 극장을
연상시키는 높은 천정,
분수대,
그리고 음악까지.
유럽식의 호텔 조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조식 뷔페.
그냥 욕심 부리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샐러드와 드레싱,
다양한 견과류,
치즈와 유제품,
청어와 연어 등의 해산물 ,
각종 햄과 살라미.
그리고 밥을 비롯한
중식, 일식을
섞어둔 듯한 간단한
오리엔탈식.
각종 티와 커피,
그리고 와인까지.
아침부터~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
식전주라 그런지
아침부터 와인 마시는 사람들이~
그저 그냥 음료수처럼
마시고 있어요.
예술의 도시답게
아침마다
하프 연주자들이 바뀌면서
연주를 한답니다.
공연을 보러 온듯
점점 빠져 들게 만들고
그 우아한 소리에
감동이 느껴집니다.
추운 날씨 탓으로
육류소비를 많이 하는 식문화로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외에도
여러 가지 육류를 많이 먹는 것이
러시아 식문화인데요.
말고기 육포를 보고
살짝 부담을 느꼈어요.
러시아는 당근이 유명해
당근 주스가
정말 맛있었어요.
당근으로 만든 화장품도
러시아 쇼핑리스트 중의 하나랍니다.
감자, 달걀, 소시지,
토마토 등의
따뜻한 요리까지~
꽃꽂이처럼 보이지만
채소 샐러드예요.
센터피스처럼
따라해 봐야겠어요.
자리에 앉으면 바로
커피나 차를 세팅해 줍니다.
러시아는 차를
생각보다
참 많이 마시더라고요.
왠지 술만 마실 것 같았던
저의 오해와 편견
또 한 가지!
중국처럼 녹차를 발효한
차도 있지만
주로 홍차를 베이스로 한
건과일이나 향신료를 첨가한
차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아침부터
와인은 부담스럽지만
한 잔 마셔보았어요.
역시 낮술은
금지식품입니다.
향신료 딜(dill)을
특히 많이 넣고 만드는
오이피클을
가장 많이 먹은 것 같아요.
입맛에도 잘 맞고
새콤하고 아삭한 맛이
다른 음식들과 함께
먹기에 특히 좋았어요.
호텔 조식은 어느 나라든
비슷비슷한 법인가 봅니다.
저는 육류를 좋아하지 않아
햄이나 살라미는 생략했어요.
원 없이 담아보았던
연어~
훈제연어를 우리나라 호텔에서도
선호하는 메뉴이지만
러시아는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일상식이라
아침부터 연어와 연어알을
산더미처럼 담아 먹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너무 너무 많았어요~
블린에도 올려보고
연어알과 사워크림을
살짝 곁들여 보기도.
육류와 더불어
해산물의 섭취도
많은 러시아인들답게
연어를 좋아하나 봅니다.
연어알을 비롯한
철갑상어알 등
'이끄라'라고 불리는
생선의 알로 만든 제품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식재료였어요.
애피타이저로도 먹고
때로는 디저트로도 먹었던
치즈, 견과류, 건과일..
역시 마무리는
달콤한 케이크,
그리고 요거트 제품들.
메트로폴 모스코바호텔은
오래된 만큼
러시아의 역사와
함께 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볼세비키 혁명에는
귀족들을 연금시킨 곳이었고
레닌은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공간이고
그외 해외 유명 셀럽들도
머물렀던 곳이라고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네요.
여행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아침식사였어요!
글과 사진· 이미경(요리연구가)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로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는 <도시맘의 시골밥상> <오븐 요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 요리> <밥 먹는 카페> 등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utian